국제고(영재교육원)가 원하는 인재상

정석민/ 서울국제고 교사

2013.09.30

 

서울국제고에 근무하다 보면 학교에 대해 여러 질문을 받곤 한다. 질문은 대략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대학 진학과 관련된 질문인데 특히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진학률에 관한 것이다. 입시를 좀 아는 분들의 경우학급 정원, 대학교별 진학 인원, 해외 진학 인원 등 주로 수치를 중심으로 세심한 질문을 던진다. 또 다른 하나는 선발방식에 관한 것으로 어떻게 하면 국제고에 입학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신은 뭘 보느냐, 내신외엔 뭘 준비해야 하느냐는 등의 질문이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느냐고 묻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묻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뜻인데,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쪽에서 질문을 던져보면 아니나 다를까 국제고를 크게 두 가지 범주 중 하나로 이해하고 있다.하나는 외고와 유사한 학교쯤으로 이해하는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민족사관고나 하나고와 같은 자립형사립고처럼 수업을 영어로 해서 국제고인가보다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인뿐 아니라 필자 주변 지인인 중등학교 교사와 교수 모두에게서 종종 나타난다. 그렇다면 서울국제고를 포함한 국제고는 어떤 학교일까? 외국어고, 과학고처럼 배우는 전문 교과에 기초해 학교 이름을 붙이자면 ‘사회과학고’쯤 되시겠다. 교과부에서 공시한 국제고의 선택 과목을 쭈욱 열거하면 ‘국제정치, 국제경제, 국제관계와 국제기구, 세계문제, 비교문화, 사회과학 방법론, 국제법, 한국의 사회와 문화, 지역 이해, 인류의 미래 사회, 과제 연구’ 이다. 외국어고는 외국어를 중점적으로 배우고, 과학고는 과학과 수학을 배운다면 ‘정치, 경제, 법’에 방점을 찍으면 ‘사회과학고’ 이고 ‘국제와세계’에 방점을 찍으면 ‘국제사회고’라고 해야 할까? 서울 국제고의 이런 성격은 부설 영재원에도 반영됐다. 서울국제고의 부설 영재원은 우리나라에서 인문 사회 분야만 선발하는 유일한 영재원이다.

 

그런데 누가 무엇 때문에 외고나 심지어 외국인을 위한 국제고와 혼동되는 이런 이름을 정한 것인지 그 내막까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짐작컨대 과학고 외국어고와 운을 맞춰 2 혹은 3음절의 단어 내에서 추리다 보니 이리 되지 않았을까 하는 과감한 상상도 해본다. 의외로 사람들은 소소한 것에 연연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럼직도 하지 않을까? 정작 중요한 의문은 지금부터다. 분명 국제고는 나름의 정체성을 지닌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선발 방식은 외고와 동일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외고와 국제고는 2011년 자기주도 학습 전형에 의해 중학교 2·3학년 영어 성적과 면접만으로 학생 전원을 선발한다. 교과 지식을 묻는 지필고사를 없애고 영어 면접을 금지하는 등 사교육을 받을 필요 없이 입학하도록 하는 정부의 취지엔 백번 공감하지만, 외국어를 배우는 외고와 사회과학을 배우는 국제고가 왜 동일하게 중학교 영어 성적만을 반영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외국어고야 외국어를 잘하는 학생을 뽑자니 그렇다 치고, 국제고는 왜 영어 내신만을 봐야 하는것일까? 과학고의 경우 담임교사 추천서 외에 수학·과학교사 추천서를 통해 지원자의 전공 관련 역량을 검증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국제고는 사회 교사의 추천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또한 인문 사회 현상을 이해할 때 ‘지피지기’, 즉 ‘나를 알고 남을 아는 것’이 순서이므로 가장 근간이 되는 언어는 사실 외국어가 아니라 모국어이다. 영어에 앞서 의사소통의근간이 되는 국어에 대한 역량을 검증하는 제도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인문 사회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능력 중 핵심은 자신의 의사를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능력, 즉 글쓰기이다. 따라서 국제고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최소한 사회, 국어(읽기·말하기·쓰기), 영어에 대한 기본적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받을 필요가 있다.

 

정석민 서울국제고 교사/ jsm41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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